원석을 보석으로 깎는 '자서전 기획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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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역사를 가진 사관(史官)입니다. 하지만 붓을 들었을 때 막막해지는 이유는, 내 인생이라는 역사가 너무나 방대하기 때문입니다. 자서전을 쓴다는 것은 편집(Editing)의 기술입니다. 수만 시간의 기억 중에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낼 것인가. 그 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핵심 메시지'입니다.
1. 첫 단추: ‘무엇’을 넘어 ‘왜’를 묻다
우선 ‘목적’과 ‘대상’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가족에게 남기는 유산인지, 후배들에게 전하는 경영 지침서인지, 아니면 불특정 다수에게 영감을 주기 위한 것인지에 따라 글의 톤 앤 매너(Tone & Manner)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진지한 성찰로 갈 것인가, 유머와 해학으로 풀 것인가. 이 결정이 책의 전체적인 결을 좌우합니다.
2. 변곡점의 재구성: 성공보다 빛나는 실패
목적지가 정해졌다면 이제 인생의 지도를 펼쳐 ‘결정적 순간’들을 채굴해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성공의 트로피만을 진열하지 않는 것입니다.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화려한 성취가 아니라, 처절했던 실패와 그 바닥에서 다시 일어선 극복의 과정, 즉 ‘진솔함’에서 나옵니다. 나의 부끄러운 실수와 고민까지 가감 없이 드러낼 때, 텍스트는 생명력을 얻고 독자는 그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3. 구조의 미학: 드라마틱한 서사를 위하여
재료가 준비되었다면 어떻게 요리할 것인가, 즉 ‘구조’를 고민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연대기 순’ 구성은 안정적이지만, 때로는 가장 극적인 클라이맥스를 도입부에 배치하여 독자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 ‘플래시백(Flashback)’ 기법이나, 특정 ‘주제별’ 구성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4. [사례] 화약 냄새 진동하는 삶의 기록
제가 현재 집필 중인 회고록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의뢰인은 ‘한국 최초의 해상 조난 신호탄’을 개발한 분입니다. 이분의 인생을 단순히 시간 순으로 나열했다면 그저 그런 개발 일지가 되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이분의 삶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를 ‘불가능에 대한 도전’과 ‘목숨을 건 사명감’으로 잡았습니다. 그래서 글의 전개를 개발 과정에서 겪은 수차례의 폭발 사고,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던 위기의 순간들에 집중했습니다. 그 처절했던 위험과 극복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함으로써, 단순한 기술 개발자가 아닌 ‘생명을 구하는 신호탄을 쏘아 올린 개척자’로서의 서사를 완성해 나가고 있습니다.
5. 방향이 정해져야 길이 열린다
이처럼 작가는 집필에 앞서 방대한 인생의 숲에서 어떤 길을 낼지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사진, 편지, 주변인의 증언 등 풍부한 자료들은 그 길을 더욱 단단하게 다져주는 자갈이 될 것입니다. 방향을 잃지 않고 한 가지 주제를 향해 우직하게 나아갈 때, 비로소 한 사람의 인생은 독자의 가슴에 꽂히는 하나의 화살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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