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대필, 내가 선택한 ‘축복의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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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선고를 받은 이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무엇일까요? 혹자는 삶에 대한 집착일 거라 짐작하지만, 실제로는 남은 시간을 오롯이 ‘나답게’ 쓰고 싶은 욕망이 더 강렬하게 드러나곤 합니다.
술로 병을 얻어 생의 끝자락에 선 한 환자가 있었습니다. 그의 마지막 소원은 아이러니하게도 “죽기 전에 술을 실컷 마시는 것”이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경악하며 말렸습니다. 하루라도 더 살기를 바라는 사랑의 마음이었겠지요. 하지만 정작 본인에게 술을 참으며 얻는 고통스러운 연장이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요?
바둑을 좋아하던 어느 말기 환자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혼 후 홀로 지내던 그를 위해 지인들이 전 부인과의 만남을 주선했지만, 그는 시큰둥했습니다. 오히려 그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간절히 찾았던 사람은 휴대폰 속의 ‘바둑 친구’였습니다.
도덕적 잣대나 사회적 통념으로는 이해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죽음 앞에서는 그 어떤 위선도 힘을 잃습니다. 그저 내가 가장 좋아했던 것, 나에게 위로가 되었던 존재와 함께하고 싶은 ‘솔직한 본능’만 남을 뿐입니다.
우리는 이 서글프고도 명징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워야 합니다. 닥쳐서야 허둥지둥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의 마지막 풍경을 미리 그려보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인생의 시각화(Visualization)’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꼭 일어났으면 하는 좋은 일들, 내가 바라는 삶의 궤적을 마음속에 선명하게 그려놓는 것입니다. 그렇게 준비된 사람은 운명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당황하지 않습니다. 마치 정류장에서 오래 기다리던 버스가 도착했을 때, “어머, 깜짝이야!” 하고 놀라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올라타는 것처럼 말입니다.
제게도 그런 버스가 있었습니다. 갱년기라는 인생의 반환점을 돌며, 저는 ‘자서전 쓰는 봉사’를 하고 싶다는 그림을 마음속에 그렸습니다. 삶의 유한함을 깨닫고 나니, 타인의 인생을 기록으로 남겨주는 일이 제게는 무엇보다 가치 있는 소명(Calling)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대필 작가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화려한 업적을 남긴 명사(名士)의 삶도 기록했고, 평생을 자식 뒷바라지에 바친 촌부(村婦)의 소박한 이야기도 담아냈습니다. 대상은 달랐지만, 자신의 삶을 정리하며 평안을 얻는 그들의 모습은 한결같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자서전을 쓴다는 것은 내 인생의 버스 노선도를 미리 그려보는 작업입니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남은 생을 무엇으로 채우고 싶은지를 미리미리 그리고 산다면, 우리 삶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어떤 일이 닥쳐도 놀라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올 것이 왔구나” 하며 맞이할 수 있는 힘. 그것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디자인하고 기록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축복의 시간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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