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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도 고유한 체취가 있습니다

사람의 첫인상이 강렬한 잔상으로 기억되듯, 글에도 그 사람만의 고유한 체취가 배어 있습니다. 얼굴 생김새가 다르듯 문체와 서사에도 지문(Fingerprint) 같은 독특한 결이 있어, 우리는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영혼을 마주하게 됩니다. 만약 모든 사람의 글이 다 똑같은 무채색이라면, 우리의 기억은 얼마나 삭막할까요?

자서전, 첫사랑을 만나러 가는 길

자서전을 처음 써 내려가는 순간은 마치 첫사랑을 다시 만나는 기분과 흡사합니다. 기억 저편에 묻어두었던, 잊지 못할 추억 속의 '어린 나'와 조우하는 순간. 그 떨림과 설렘,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은 첫사랑의 고백처럼 우리의 심장을 뛰게 합니다.

펜 끝이 종이 위를 달릴 때, 우리는 과거의 나를 만나고, 현재의 나를 위로하며, 미래의 나에게 보낼 메시지를 발견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기쁨의 환희와 만나기도 하지만, 때로는 깊게 패인 상처와 마주하며 눈물 흘리기도 합니다.

내면의 굿풀이, 고뇌와 희열의 춤사위

그러므로 자서전을 쓰는 행위는 단순한 작문이 아닙니다. 그것은 내면에 잠든 영혼을 깨우고, 묵은 감정을 털어내는 ‘한바탕 굿풀이’와도 같습니다.

이 신명 나고도 처절한 굿판에서 글쓰기는 삶의 고뇌와 희열을 오가는 춤사위가 됩니다. 힘겨웠던 지난날의 좌절을 상기하며 울분을 토해내고(살풀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버텨온 자신의 용기를 확인하며 위로를 얻습니다. 과거의 아픔을 글로 씻김으로써 미래의 희망을 불러오는 제의(祭儀)인 셈입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당신의 이야기

이 치열한 굿판이 끝나면, 우리는 비로소 묵은 체증이 내려간 듯한 홀가분한 영혼의 해방감을 맛보게 됩니다. 겉으로 보면 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사람들의 삶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단 하나도 같은 모양이 없습니다.

개개인의 내면에는 천만 관객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소설보다 더 기구한 이야기들이 숨 쉬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알 수 없었던 그 보석 같은 이야기들이, 펜을 드는 순간 기적처럼 쏟아져 나옵니다. 당신의 인생, 그 거대한 대서사시를 기록하십시오. 이제 당신만의 굿판을 벌일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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