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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보다 더 아픈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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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1회 작성일 25-11-30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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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눈빛은 확신에 차 있었지만, 손에 들린 서류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릴 적 나를 학대한 그 여자를 고발하고 싶습니다. 그녀는 제 친모가 아닙니다.” 

“친모가 아니라는 증거가 있으신가요?”


그는 기다렸다는 듯 자료를 내밀었습니다. 유전자 검사 결과지였습니다. 하지만 제 눈에 들어온 결과는 의외였습니다. 


“선생님, 여기엔 ‘친자 관계 성립’이라고 명시되어 있는데요?” 

“그게 다 조작된 겁니다. 세 번이나 검사했지만, 전부 엉터리예요.”


그는 단호했습니다. 제가 날짜가 각기 다른 세 장의 결과지를 훑어보는 동안에도 그의 주장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친모는 죽었어요. 지금 있는 여자는 계모가 확실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식에게 ‘네 씨를 말려버리겠다’는 저주를 퍼부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친모가 아니라는 게 밝혀지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진짜 어머니를 찾아야죠. 무덤이라도….” 

“어릴 때 친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건 누구에게 들으셨습니까?” 

“그냥 제 생각입니다. 계모가 확실하니까요. 자기 자식을 정신병원에 가두고, 그렇게 증오하며 키우는 어미는 세상에 없습니다.”


그의 논리는 '상처' 위에 세워진 성 같았습니다. 자서전을 써서 지인들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고 싶다는 그에게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정신병원에 입원하신 적이 있나요?” 

“일주일 정도요. 하지만 탈출했습니다.” 

“……어떻게 탈출하셨죠?”


그의 기억 속 어머니는 늘 폭언을 퍼붓는 사람이었습니다. “네 씨를 말리겠다”는 저주를 듣고 자란 아이에게, 어머니는 공포 그 자체였을 겁니다. 그가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 당했다가 탈출했다는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털어놓을 때, 저는 그가 왜 ‘친모가 죽었다’고 믿어야만 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자신을 낳은 존재가 자신을 그토록 미워한다는 사실을, 인간은 견디기 힘들어합니다. 차라리 ‘저 여자는 계모다’라고 믿는 편이, 그의 무너진 자존감을 지키는 유일한 방어기제였을지도 모릅니다.


팩트(Fact)와 진실(Truth) 사이. 과학적 사실은 그가 틀렸다고 말하지만, 그가 겪은 고통의 진실만큼은 진짜였습니다. 작가는 때로 사실 여부를 떠나, 타인의 지옥을 묵묵히 들어주어야 하는 직업임을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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