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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고 부르면 왜 눈물부터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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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1회 작성일 25-11-3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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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가끔 가슴을 치는 기억이 있습니다. 어머니의 고단함을 짐작하면서도, 당장의 내 삶이 바빠 아이를 맡기며 등을 돌렸던 날들입니다. 제가 어머니의 자서전을 써드려야겠다고 결심한 건, 어쩌면 그 부채감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작업을 진행하며 죄책감은 경이로움으로 바뀌었습니다. 고난에 굴하지 않고 가족을 지켜낸 어머니의 삶은 그 자체로 거대한 역사였습니다.


제가 만난 수많은 '어머니'들의 역사 또한 그러했습니다. 몇 해 전 진행했던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60~70대 여성들의 글은 잉크가 아닌 눈물로 쓰인 것이었습니다.


그분들의 글 속에는 우리가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든, 그러나 우리네 어머니라면 누구나 겪었을 법한 눈물겨운 생의 기록이 배어 있었습니다.


"아들을 못 낳았다고 엄동설한에 군불도 안 땐 냉방으로 쫓겨났지. 갓 낳은 딸년이 추워서 재채기를 해대는데 젖은 안 돌고... 그때 열 살배기 시동생이 쭈뼛거리며 아궁이에 불을 넣어주러 왔어. 그게 그렇게 고맙고 또 서러워서 한참을 울었다."


"첫날밤을 치르고 보니 남편이 한쪽 다리를 못 쓰더라. 도망가려다 덜컥 아이가 생겨 주저앉았지. 평생 병수발하랴, 돈 벌랴 다리 한번 뻗고 못 잤어. 이제 살만하니 노는 게 죄스러워. 내가 이렇게 편해도 되나 하고."


"노름에 빠진 남편이 가정을 내팽개쳤어. 배신감에 치를 떨다 오기로 돈을 벌었지. 땅을 사서 부자가 됐는데 마음은 텅 비더라. 그래서 시를 썼어. 외로울 때마다 쓴 시가 내 유일한 벗이고 남편이야."


글쓰기 수업은 눈물바다였지만, 그 눈물 끝에는 '치유'가 있었습니다. 가슴 속에 맺혀 있던 응어리를 글로 토해내며 그분들은 비로소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어머니들의 이야기는 그저 옛날이야기가 아닙니다. 그 자체로 한 편의 대하드라마입니다.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져 버릴, 그러나 반드시 기억되어야 할 숭고한 유산입니다. 그 치열했던 생존의 기록을 활자로 남기는 일, 그것은 한 시대를 지탱해 온 영웅들에 견줄 우리 어머니께 바치는 헌사입니다.


오늘, 어머니의 주름진 손을 잡아드리며 여쭤보셨으면 합니다. 그 가슴 속에 묻어둔 이야기가 무엇인지. 그 관심 만으로도 어머니는 따뜻한 위로를 받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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