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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아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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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1회 작성일 25-11-3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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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눈을 감았을 뿐인데, 기억 속 시골집은 어제 다녀온 듯 선명하게 눈 앞에 펼쳐집니다. 늘 대가족으로 북적였던 그곳, 대청마루가 가장 먼저 마중을 나옵니다.


한겨울 발끝에 닿던 그 서늘하고 쓸쓸했던 냉기 위로, 서로를 의지하듯 얽혀 있는 소나무 서까래와 대들보가 눈에 들어옵니다. 쭉쭉 뻗어 내려온 나무 기둥들은 솟을지붕을 든든히 받치며 허공에 빗살무늬를 그려냅니다. 무릎에 굳은살이 박이도록 닦아냈던 마룻바닥, 그 맨질맨질했던 촉감이 손끝에 되살아나는 듯합니다.


마루 끝에는 부엌으로 통하는 야트막한 쪽문이 있었습니다.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던 그곳. 마룻바닥을 미끄럼틀 삼아 주르륵 미끄러져 부엌으로 향하던 어린 시절의 내가 보입니다. 


쪽문 위 벽장은 어머니의 비밀 보물창고였습니다.


안방 벽장과 이어져 있던 그 깊은 공간에는 제사상에 올랐던 유과며 약과 같은 전통 과자들이 숨겨져 있었지요. 일 년에 열세 번이나 제사를 치르던 우리 집, 그 덕에 끊이지 않던 달콤한 주전부리는 형제들의 작은 행복이었습니다.

 

어느 날 언니와 숨바꼭질을 하다가 벽장 안쪽 깊숙이 패인 은밀한 선반을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 놓인 복주머니 하나. 아구리를 꽁꽁 동여맨 끈을 풀자 쏟아져 나오던 금비녀, 쌍가락지, 두툼한 금목걸이, 그리고 금 귀후비개….


어머니의 고단한 삶이 응축된 패물들이었습니다. 어린 마음에도 그게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았던지, 언니와 나는 행여 누가 가져갈세라 보물 지킴이를 자처하곤 했습니다.


벽장 맞은편 마루 끝에는 천장까지 닿을 듯 웅장한 장롱이 서 있었습니다. 시집올 때 해오셨다는, 어머니가 그토록 애지중지하시던 장롱. 틈날 때마다 콩기름을 먹인 걸레로 문질러 반들거리던 그 장롱의 유리문에는 나뭇가지에 앉은 잉꼬 한 쌍이 다정하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머릿속에는 이토록 환하게 그려지는데, 눈을 뜨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 정겹던 시골집도, 장롱을 닦으시던 어머니도 온데간데없고 세상에 나만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그리움은 눈에 보이지 않을수록 마음속에서 더 선명한 무늬를 그리며 살아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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