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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순(矛盾),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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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2회 작성일 25-12-0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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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을 꼽으라면 저는 주저 없이 ‘어머니’를 가리킬 것입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 부유한 사람을 묻는다면, 그 역시 당신이 될 것입니다.


어머니의 삶은 역설(Paradox) 그 자체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당신의 행색은 무소유에 가깝지만, 그 내면은 우주를 품은 듯 광활하고 풍요롭기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으셨으되, 실은 세상의 전부를 다 가지신 분. 우리 어머니는 그런 분이셨습니다.


당신의 일상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칠이 벗겨진 낡은 장롱 속에는 유행 지난 옷 몇 벌이 전부이고, 신발장엔 닳고 닳은 작은 신발이 놓여 있습니다. 늘 같은 자리에서 당신은 매일 같은 아침을 맞이하십니다. 


네모난 창틀 사이로 어김없이 쏟아지는 태양을 경건하게 맞으시고, 밤이 되면 색 바랜 꽃무늬 이불을 덮고 고요한 잠의 세계로 빠져드십니다. 누군가는 이를 단조로운 권태라 부를지 모르나, 당신에게는 그 반복되는 일상조차 거룩한 의식이었습니다.


당신은 세상을 다 품으셨기에 더 이상의 아쉬움이 없으십니다. 자식이라는 작은 우주에 당신의 생(生)을 남김없이 쏟아부으셨기에, 그 어떤 모자람도 느끼지 않으십니다. 자신의 살을 태워 주위를 밝히는 촛불처럼, 당신은 스스로를 소진함으로써 우리를 채우셨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끊임없이 ‘더하기’에 목을 맵니다. 더 많이 소유하고, 더 좋은 옷을 걸치고, 더 맛있는 것을 탐하며 욕망의 탑을 쌓아 올립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생애에는 오직 ‘빼기’만이 존재했습니다. 입고 싶은 마음을 덜어내고, 먹고 싶은 욕구를 비워내고, 나라는 존재마저 지워내며 오직 사랑으로 그 빈자리를 채우셨습니다.


이제 어머니에게는 더하고 빼는 셈법조차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움켜쥔 손을 펴 세상을 놓아주고 계십니다. 그것은 포기가 아니라, 모든 소임을 다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진정한 ‘내려놓음’이자 ‘해탈’이라 생각됩니다.


인생의 희로애락(喜怒哀樂). 뼈를 깎는 슬픔도, 치밀어 오르는 노여움도, 벅찬 기쁨과 소소한 즐거움도 당신은 거부하지 않으셨습니다. 그 모든 감정의 파도를 사랑이라는 용광로에 녹여 온전히 받아들이셨습니다. 그렇기에 당신의 삶은 그 누구의 것보다 진정으로 부유했습니다. 텅 빈 충만함으로 가득 찬, 참으로 풍성하고 찬란한 여정이었습니다.


이토록 온전하게, 이토록 치열하게 자신의 생을 연소시켜 누군가의 빛이 된 사람이 또 있을까요?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사랑을 완성하신 당신. 그 숭고하고 멋진 당신의 이름은 ‘어머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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