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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껍질을 깨고 진실을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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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1회 작성일 25-11-3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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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아는 분이 아무도 없나요?"

"이모님이 계시긴 한데... 그분도 뭐 남이나 마찬가지죠."


그는 여전히 방어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가 고향에 다녀와야만 이 엉킨 실타래가 풀릴 것임을 직감했습니다. 친모인지 계모인지, 도대체 왜 자식을 그토록 미워했는지, 그 분노의 근원을 찾아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며칠 뒤, 고향을 다녀온 그를 다시 만났습니다. 놀랍게도 그는 이전보다 훨씬 차분해진 모습이었습니다. 


"고향에서 누굴 만나셨나요?" 

"변호사와 함께 이모님과 동네 어르신들을 만났습니다." 

"변호사까지 대동하셨군요. 그래, 원하시던 답을 찾으셨나요?"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습니다. 


"제 친모가... 맞았습니다." 

"......" 

"아버지가 만석꾼 집안 아들이었는데, 젊어서부터 술과 노름으로 전답을 다 날리고 속을 썩였답니다. 어머니는 딸 하나 데리고 도망치려 했는데, 그때 덜컥 생기지 말았어야 할 제가 들어선 거죠. 남편이 죽도록 미우니, 그 남편을 쏙 빼닮은 저까지 미워지더랍니다."


그는 녹취 파일을 들려주었습니다. 그 안에는 한 여인의 기구한 삶과, 그 고통을 고스란히 뒤집어써야 했던 아들의 비극이 담겨 있었습니다. '계모라서 학대했다'는 그의 믿음은 깨졌지만, 대신 '어머니도 아픈 사람이었다'는 진실을 마주하게 된 것입니다.


그날 이후 집필은 급물살을 탔습니다. 그는 어두운 기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고, 우리는 마침내 자서전을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그에게서 짧은 문자 한 통이 도착했습니다. 


[작가님, 오늘 어머니와 저녁 식사 같이했습니다.]


그는 자서전을 마무리하며 깊은 어둠 터널을 빠져나왔습니다. 최근 그가 보내온 "어머니와 저녁을 먹었다"는 문자는, 그가 비로소 과거와 화해했음을 알리는 신호였습니다. 


마음의 상처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것을 덮어두면 곪아 터지지만, 직면하고 이해하면 비로소 아무는 법입니다. 그가 10년 만에 어머니와 마주 앉아 밥을 먹을 수 있었던 건, 아마도 그 '이해' 덕분이 아니었을까요.


수년 전 주부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수업을 할 때도 느꼈지만, 부모에게 받은 말의 상처는 평생 흉터로 남습니다. 하지만 그 흉터를 글로 쓰고, 그 이면의 진실을 마주할 용기를 낼 때, 우리는 비로소 '상처받은 아이'에서 '성숙한 어른'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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