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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진실한 삶을 재구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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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0회 작성일 25-12-0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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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의 본질은 단순히 지나온 물리적 시간을 연대기적으로 나열하는 ‘기록(Record)’에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파편화된 기억의 조각들을 모아 현재의 시점에서 ‘해석(Interpretation)’하고, 그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발굴하여 진실한 삶을 ‘재구축(Reconstruction)’하는 해석학적 과정입니다.


우리는 자서전을 통해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화해시키고, 삶이라는 거대한 텍스트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합니다. 그래서 자서전 쓰기는 단순히 회고로 그 가치를 한정지을 순 없습니다. 자아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삶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능동적인 창조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작가가 의뢰인의 목소리를 빌려 집필하는 ‘대필(Ghostwriting)’의 영역 또한 그 안으로 들어가 보면, 문제는 더욱 복잡하고 미묘한 양상을 띠게 됩니다. 타인의 기억을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개입되는 작가의 주관과 문학적 윤색(潤色)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묻게 만듭니다.


이 지점에서 많은 자서전 연구자들은 ‘작가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문제에 천착해 왔습니다. 의뢰인의 구술(Oral history)을 바탕으로 하되 작가의 문장력과 구성력이 개입될 때, 과연 그 텍스트를 온전히 의뢰인의 진실이라고 담보할 수 있는가? 이는 자서전 문학이 안고 있는 오랜 딜레마이자 철학적 난제입니다.


이러한 난관 속에서도 자서전의 고유한 형식과 본질은 훼손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현대 자서전 이론의 기틀을 마련한 프랑스의 비평가 필립 르죈(Philippe Lejeune)의 통찰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르죈은 그의 저서 『자서전의 규약』을 통해 “진정성(Authenticity)의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텍스트의 사실 여부를 떠나, 저자(의뢰인)가 자신의 삶을 진실하게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와 독자와 맺는 ‘서약(Pact)’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이는 대필 작가가 개입된 텍스트라 할지라도, 의뢰인의 삶을 진실하게 구현하려는 목적 의식이 분명하고, 그 내용이 의뢰인의 검증을 통해 승인된다면 그것은 충분히 ‘자서전적 진실’을 획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다시 말해, 대필은 왜곡이 아니라, 의뢰인의 내면에 잠재된 진실을 가장 효과적인 문학적 형식으로 발현시키는 ‘진정성의 조력(Assistance)’ 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르죈 이후의 후속 연구들은 그가 제시한 ‘진정성’의 개념을 때로는 비판적으로, 때로는 긍정적으로 계승하며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어떤 연구자들은 기억의 불완전성을 지적하며 절대적 진실의 불가능성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문학적 재현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더 높은 차원의 진실을 옹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서전 대필 작가의 윤리와 진정성을 논함에 있어 르죈이 정초(定礎)한 이 개념의 위상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자서전은 ‘객관적 사실(Fact)’을 넘어선 ‘주관적 진실(Truth)’의 기록입니다. 대필 작가는 그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의뢰인의 삶이 지닌 고유한 무늬와 결을 섬세하게 포착하여, ‘진정성’이라는 견고한 집을 지어 올리는 언어의 건축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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