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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의 회고록 한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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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9회 작성일 25-12-0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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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생시처럼 잔상이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어머니와 저는 일본의 어느 전통시장을 걷고 있었습니다. 낯선 인파 속에서 발길을 멈춘 어머니의 시선 끝에는 화려한 옷가게가 있었습니다.


주인이 일본어로 말을 걸자, 어머니는 기다렸다는 듯 유창한 일본어로 대꾸하셨습니다. 주인이 긴 장대로 내려 보여준 옷은 알록달록한 무늬에 노란색이 배합된 고운 투피스였습니다. 


어머니가 그 옷을 흥정하는 사이, 문득 고개를 든 제 눈앞에는 눈 덮인 후지산의 황홀한 절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가슴이 터질 듯 벅차오르는 그 감동에 저는 그만 잠에서 깨고 말았습니다.


깨고 나니 밀물처럼 자책이 밀려왔습니다. 생전 어머니 모시고 여행 한 번 제대로 다녀오지 못한 못난 딸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슬픈 위로였을까요.


일제강점기에 간이학교를 다니며 총명했던 소녀. 중학교 졸업 무렵 터진 6.25 전쟁으로 가세가 기울자 떠밀리듯 시집을 와야 했던 당신. 열세 식구의 끼니와 일 년에 열세 번의 제사를 치러내느라, 당신은 정작 친정어머니의 임종조차 지키지 못하셨습니다. 평생을 고향 한 번 마음 편히 다녀오지 못하고 가슴에 ‘한(恨)’이라는 멍울을 안고 사셨지요.


저는 참으로 어리석은 바보였습니다. “언젠가” 하며 미루다 빈손으로 당신을 보내드리고 말았습니다. 어머니보다 훨씬 편한 세상을 살면서도, 왜 그리 미련하고 이기적으로 살았는지…. 아이 셋을 키우며 고단한 하루 끝에 몸을 누일 때면, 이제야 어머니가 밤마다 삼키셨을 그 외로움의 깊이를 가늠해 봅니다.


꿈속에서나마 당신이 그토록 유창했던 일본어로 마음껏 세상과 소통하고, 고운 옷 한 벌 입어보셨기를…. 

사무치게 그립고 또 죄송합니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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