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ting - Attract
Subtitle

칼럼

칼럼

상처를 헤집는 일일까, 독을 빼내는 일일까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1회 작성일 25-11-30 23:50

본문

두 번째 만남에서 확신했습니다. 어릴 적 받은 상처는 결코 시간과 함께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요. 그의 내면에 똬리를 튼 분노는 언제든 폭발할 준비가 된 시한폭탄 같았습니다.


대화 도중 감정이 격해지면 그는 험한 욕설을 섞어 뱉었습니다. 목소리엔 날이 섰고, 눈빛엔 섬뜩한 살기가 스쳤습니다. 솔직히 덜컥 겁이 나기도 했습니다. 


'영혼을 갉아먹는 저 지독한 과거의 굴레. 자서전을 쓰는 일이 그를 해방하는 길일까, 아니면 가라앉은 흙탕물을 다시 휘저어 그를 더 괴롭게 만드는 일은 아닐까.'


작가로서의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결국 제가 택한 방법은 '판단하지 않고 듣는 것'이었습니다. 그를 괴롭히는 상처가 곪아 터져 나오도록, 최대한 그의 말을 경청하며 배설구를 열어주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기적 같은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그의 언어에서 욕설이 사라지고 눈빛이 순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저는 이 흐름을 타고 '고향 미션'을 제안했습니다. 기억 속 에피소드를 생생하게 복원하기 위해 현장을 답사하는 자서전 집필의 필수 단계였지요.


“마침 명절도 다가오는데, 이번 기회에 고향에 한번 다녀오시는 건 어떨까요?”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예상치 못한, 서늘한 고백이었습니다.


“작가님... 저는 이 세상에 혼잡니다.”


da4d8237a342e8656b5d84302f68532c_1764575869_703.png
 

#자서전대필 #김명화작가 #트라우마 #치유의글쓰기 #경청 #내면아이 #분노 #고독 #작가노트 #인생기록 #세상에혼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