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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합니다. 책을 많이 읽으면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됩니다. 그것은 단순히 지식의 양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몇 마디 대화만으로도 상대방이 감지할 수 있는 깊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높이, 그리고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공감의 폭이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시간과 공간이라는 제약 속에 갇혀 유한한 삶을 삽니다. 그러나 책을 펼치는 순간, 우리는 이 한계를 뛰어넘습니다. 가보지 못한 곳을 걷고, 살아보지 못한 인생을 대신 살아보며, 간접적이지만 실제와 다름없는 생생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독서는 내 안의 자아를 우주로 확장하는 행위입니다. 다양한 책을 접할수록 내 정신의 영토는 넓어지고, 삶의 지도를 그리는 지각(知覺)의 세계 또한 무한히 팽창합니다. 우주를 품을 수 있는 능력은 바로 이 '읽는 순간'에 탄생합니다.

독서가 타인의 우주를 탐험하는 일이라면, 자서전 쓰기는 나만의 우주를 건축하는 일입니다. 자서전은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지나온 삶을 반추(反芻)하며 파편화된 기억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재구성하여 남은 생을 새롭게 설계하는 창조적인 작업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지 않고는 결코 자신을 객관화할 수 없습니다. 멈춰 서서 지나온 길을 응시할 때 비로소 내가 누구인지, 어디로 가야 할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왜 지금, 자서전 쓰기가 이토록 중요할까요? 그것은 '주인공으로 살기 위해서'입니다. 책을 읽으며 타인의 삶을 경험했다면, 이제는 펜을 들어 내 삶의 서사(Narrative)를 완성해야 합니다. 흩어진 기억을 모아 의미 있는 역사로 만드는 과정, 그 치열한 성찰 끝에 우리는 비로소 내 인생의 진정한 주인으로 거듭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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