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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응시(凝視)’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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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9회 작성일 25-12-0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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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자서전을 집필하는 시간은 철저히 혼자가 되는 시간입니다. 세상의 소음과 타인의 시선을 차단하고, 오직 ‘나’라는 우주와 독대하는 절대적인 고독의 순간입니다. 그러나 이 고독은 외로움과는 다릅니다. 스스로를 객관화하여 타자처럼 바라보고, 흐트러진 삶의 질서를 바로잡아 현재의 나를 견고하게 세우는 ‘충만한 혼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밀도 높은 침묵 속에서 비로소 나를 깊이 들여다보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아 성찰(Self-reflection)’의 본질이자, 자서전 쓰기가 우리에게 선물하는 첫 번째 미덕입니다.


응시

‘자신을 들여다본다’는 것. 단순히 눈으로 보는 행위를 넘어, 온 존재를 집중하여 내면의 심연을 파헤치는 이 행위를 저는 ‘응시(凝視)’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자서전의 철학적 바탕은 바로 이 ‘응시’에 있습니다. 한자 ‘엉길 응(凝)’과 ‘볼 시(視)’가 결합한 이 단어는, 시선이 한 곳에 맺혀 움직이지 않을 만큼 뚫어지게 바라본다는 뜻을 내포합니다. 이는 스쳐 지나가는 ‘관찰’보다 훨씬 강렬하고 집요한, 영혼의 몰입을 요구하는 행위입니다.


사랑의 시작과 완성


혹자는 “사랑은 응시에서 시작된다”라고 말합니다. 참으로 타당한 말입니다. 사랑은 처음엔 상대의 겉모습을 보는 시각적 호감에서 출발하지만, 곧 ‘응시’의 단계를 거쳐 마음과 생각의 결을 읽어내는 깊이로 뻗어 나갑니다. 상대가 살아온 지난 삶의 궤적과 상처까지 따뜻하게 바라볼 때 사랑은 깊어지고, 그 깊어진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할 미래를 꿈꿀 때 비로소 사랑은 완성됩니다.


과거를 보며 이해하고, 현재를 보며 호감을 유지하며, 미래를 함께 그리는 것. 이것이 연인 간의 사랑이라면, 자서전은 ‘나 자신과의 사랑’을 완성하는 과정입니다. 나의 지난 삶을 연민의 눈으로 응시하고, 현재의 나를 긍정하며, 남은 생의 희망을 설계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는 방법입니다.


잃어버린 ‘나’를 되찾는 힘


문학 또한 작가가 자신의 내면을, 혹은 타인의 고통을 조용히 응시하는 지점에서 태동합니다. 무언가를 지그시 바라보고 깊이 교감할 때, 우리는 비로소 표피를 뚫고 본질의 세계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속도와 효율만을 강요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응시의 힘’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화면은 쳐다보지만, 정작 내 영혼의 밑바닥을 응시할 여유는 사치처럼 여겨집니다. 스스로의 삶을 자세히, 그리고 오래 들여다볼 기회를 박탈당한 채 부유하며 살아갑니다.


나태주 시인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라고 했습니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삶을 깊이 응시해야 그 안에 숨겨진 고유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발견이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무너진 자긍심을 회복하고, 자존감을 높이며, 내 삶을 온전히 긍정할 수 있는 단단한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지금, 펜을 들어 당신의 삶을 응시하십시오. 그것은 당신이 당신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뜨겁고 진실한 사랑 고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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